안녕하세요? 밴쿠버 서울치과 강주성 원장입니다. 이번 주까지 6회에 걸쳐 ‘30년간 치의학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진료하면서 꼭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지난 연재들은 밴쿠버 서울치과 홈페이지(www.seoul-dental.ca/ko)의 ‘칼럼’ 코너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8. 불편하거나 아프지 않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치과검진 후에 현재 환자가 갖고 있는 충치나 풍치, 치아 마모/균열, 치아패임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설명해 드리면, 환자분들이 의아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별 불편한 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치과의사가 환자의 문제에 대해서 설명할 때는 매우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고, 반대로 아직은 심각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매우 큰 문제이며, 치료가 시급한 상황임에도 별다른 불편감이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환자는 ‘내가 불편하지 않은데 치료가 꼭 필요한가? 치료비용도 만만치 않은데..’라는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또한 이 중에서 상당한 수의 환자가 치료를 미루게 됩니다.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상황을 설명하고 치료의 필요성을 환자에게 이해시키려고 하지만, 치료여부에 관한 결정은 환자 본인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치료를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치의학에서는 충치의 단계를 4단계로 나눕니다. 일반적으로 충치 1-2기에는 환자가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단지 검진이나 X-ray로만 충치의 진행정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충치 3기의 경우에는 환자에 따라 치아에 불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충치가 오랫동안 천천히 진행된 경우에는 불편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주로 환자가 갑자기 치아가 깨졌거나 갑자기 음식이 낀다고 치과를 찾게 되는데, 실제 충치의 진행 정도를 사진이나 X-ray로 보여드리면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환자 반응은 ‘충치가 이렇게 큰데 어떻게 몰랐을 수가 있죠?’ 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지만 충치는 3기, 그리고 4기까지 진행이 되어도 별다른 불편감이나 통증이 없는 경우들이 빈번합니다. 충치 3기는 충치가 이미 신경 가까이까지 진행된 경우이기 때문에 신경치료까지 필요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충치 4기는 이미 충치가 신경까지 진행된 상태로 신경치료가 필요한 경우인데, 이 때까지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풍치(잇몸질환)의 경우도 4단계로 구분하는데, 풍치의 경우에는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많은 풍치 4기 환자가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기 떄문입니다. 특히 풍치가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진행된 경우에는 씹기가 많이 불편해지거나 정말 치아를 빼야하는 상황이 되어서도 불편감에 익숙해져서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 설명드린 내용이 환자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안 갈 수 있지만, 암의 경우도 3-4기가 되어도 별 증상이 없고, 환자 스스로 이상을 느낄 때는 이미 암이 4기까지 진행되고 이미 시한부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우리라 생각합니다.
한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위에 설명드린 것 때문에 작은 충치까지 빨리 치료해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입니다. 충치나 풍치가 1-2기에 있을 경우에는 나이나 상황에 따라 치료 없이 계속 추적관찰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아-청소년기의 1-2기 충치는 치료하는 경우가 많지만 성인의 경우 1-2기 충치나 풍치는 정기검진과 스케일링 만으로 적절히 감시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마모나/균열의 경우는, 치과의사 입장에서 진단과 치료결정이 조금 더 까다롭습니다. 왜냐하면 큰 문제가 터지기 직전까지 환자가 별다른 불편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특히나 마모가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치료 또한 까다롭고 치료를 받더라도 치료결과가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균열의 경우에도 균열이 신경까지 진행되거나 실제로 파절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으며, 증상이 생긴 경우에는 이미 치료하기 늦었거나, 치료를 하더라도 치아를 빼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증상이 별로 없는 여러가지 치과질환에 대해서 저의 제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더라도 치과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정기적으로 장기간 치과를 방문하는 경우에는 치과의사가 충치나 풍치, 그리도 마모나 균열의 진행 속도를 예측하고 계속 추적관찰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비슷한 정도의 마모/균열을 갖고 있는 두 환자가 있더라도, 장기간 추적 결과 마모/균열의 진행이 빠르지 않은 것을 확인해 온 환자는 치료를 미룰 수 있지만, 처음 본 환자가 상당히 진행된 마모/균열을 갖고 있다면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치료를 권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둘째, 치과의사가 상황을 설명하고 치료를 권하는 경우에는 현재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고 하더라도 치과의사의 제안을 따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마 의사가 암이 2-3기라고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면, 수술을 미루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치과적 문제가 암처럼 죽고사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건강과 삶의 질을 위해서 치과의사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한 문제에 대해서는 가급적 따르는 것이 현명합니다